이 선생님의 학교폭력상담실

얼마 전에 이 책을 읽었는데 소설 형식이 돼서 애매해서요. 다른 책을 읽기로 했다.

이 책은 구체적인 질문과 상담으로 되어 있으며 교사/학부모/학생의 질문으로 채워져 있어 기존에 한 번쯤은 가지고 있던 학교폭력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서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

5-우리가 그동안 학교폭력 문제와 관련하여 비효율적인 대처를 하거나 비인간적이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각기 다른 견해를 가지고 서로의 처지나 조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불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진실을 하나인데 학부모, 교사, 학생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진실의 일부만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래서 부분을 전체로 오인해 진실을 숨기려다 갈등을 증폭시키고 상처만 남긴 채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45 – 반성하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현재 학교 현실에서는 가해 학생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 처벌을 피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고 순간을 모르거나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71 – 남자아이라고 심리전을 이용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남자아이들의 폭력성을 용감함 또는 과감함으로 이해하는 문화 때문에 심리전을 하기보다 신체적인 전면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쁜 소문을 퍼뜨리거나 험담, 무시 등 여자아이처럼 은밀한 공격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냥 여자애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거죠.이렇게 어떤 부분까지 보면 달라 보이지만 결국은 똑같습니다. 심리전이나 신체의 전면전 등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같은 전략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86 – 학교에서 선생님과 반 친구, 누구를 더 오래 만나나요? 선생님은 올 한해 열심히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세계는 3년 내내 계속됩니다. 나머지 2년은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아이는 선생님보다 다른 아이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부대에 막 배치된 이병에게 국방부 장관보다 바로 위의 일병이 더 무서운 이유와도 같습니다.

129-사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가 없어서 그럴 수밖에 없는데 부모가 이것저것 주문을 하면 용기 없는 자신의 모습이 더 비참하게 느껴집니다.질책이나 주문보다는 누구나 두드리면 맞고, 맞은 사람은 잘못이 없음을 이야기하여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부모가 설령 그런 상황이 화나고 힘들어도 흔들리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해야 아이의 마음이 안정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안정을 찾아야 상황을 극복할 용기가 생기고 부모와 소통할 수 있습니다.

(중략) 최근의 학교폭력은 과거의 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우발적이고 일회성 폭력을 행사했던 것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피해 학생은 학급 내 생존 경쟁에서 밀리며, 이러한 결과가 폭력 피해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외부에서 부모와 교사가 개입한다고 해도 표면적으로 폭력이 중단될 수 있지만 교실의 사회적 관계로 자녀는 더욱 고립될 것이 분명합니다. 오히려 보복폭력을 부르는 경우가 많기도 합니다.

187 – 아버지가 자랐을 때는 지금처럼 공동체가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저는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손자이자 누군가의 집의 몇 번째 아들이었습니다. 이것은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던 본인의 자리였습니다. 사람들은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살아가지만 그때는 필사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공동체로부터 받는 최소한의 인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빠른 산업화 속에서 우리는 그 공동체가 모두 파괴되었습니다.(중략) 위로받고 인정받을 곳이 없는 요즘 아이들은 모든 것을 걸고 싸웁니다. 외모, 성적, 휴대폰, MP3, 운동화, 말투, 심지어 게임 수준까지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인정받기 위해 투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