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주의
대학 마지막 방학을 맞는 청춘들의 이야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어진 72일 여름방학.<마지막 여름>은 사립학교에서 돌아온 영화제 출품 준비, 연인과의 결별 다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예비대학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다양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이들은 여성에게 평점을 매겨 헌팅 리스트를 작성하거나 개인 비서나 인턴을 하는 등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한다.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하듯이 보통 사람들이 정규 교육과정을 거쳐 대학 관문을 넘을 때 주어지는 한국에서 하면 겨울이고, 미국 기준으로는 여름인 그 방학은 뭔가 특별한 일로 가득 찰 것 같고,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계에 대한 준비이자 문턱으로 여겨진다.
한편으로는 입시제도로 억압된 우리 자유의 해방기처럼 여겨진다.
영화 속 젊은이들은 해방감을 만끽하며 과거의 매듭을 짓거나 미래에 대한 준비의 시간으로 마지막 여름을 보낸다.
사랑으로 덮어버린 그들의 마음이 어렸던 이야기 <마지막 섬머>는 몇 사람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는 듯하며, 전 연인, 첫사랑, 친구 등으로 이어지는 방식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주인공 피비는 뉴욕대에 합격했지만 학비를 낼 여유가 없어 영화제 출품에 매진하며 입시가 아닌 자신의 인생 첫 수상을 위해 노력한다.
이를 짝사랑하는 그리핀(K. J. 아파분)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버클리 음대가 아닌 컬럼비아대로 가지만, 자신의 의지로 영화제를 준비하는 피비에 작업을 걸고 도와가며 서서히 자신의 삶을 설계한다.
하지만 영화가 이렇게 순조롭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미혼모 피비의 어머니와 기혼자 그리핀의 아버지가 눈이 맞아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그가 먼저 알아채고 피비까지 알게 될 때까지 두 사람은 출품 보조로 좋았지만 차츰 자리를 잡는다.
사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다른 인물들은 성장과 경험에 초점을 두지만 두 사람은 이전에도 썸싱이 있었고, 그것도 두 사람의 외부 요인에 의해 또 깨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인상 깊었던 스코어보드 속 야유회, 흥미로운 건 다른 인물 이야기다 에린은 대학 진학에 앞서 시카고에서 회사 인턴을 하고 남자친구와 결별도 하지만 또 야구장에서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와도 우연히 접촉하기도 한다.
22세에 정착한 리키(타일러 포시)의 모습에 자신의 아득한 미래를 걱정하면서 에린은 대학과 취업에 대한 만연한 걱정을 내비치기도 한다.
한편 예비대학 추가합격을 기다리고 있는 오드리는 부자집 딸 내미의 오디션 매니저로 나서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된다.
대학이든 연애든 늘 남는 것에만 만족했다는 그는 예상 밖의 보모 역할에서 소질을 찾아 국경 없는 교사 사회로 향한다.
그렇다.
사실 대학은 인생에 의미를 두지 않고 그저 쾌적한 일자리를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대학입시는 청소년기에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지고, 이에 실패한 사람은 잠시 혹은 평생 실패자로 인식하게 된다.
인생에 정답은 당연히 없다.
다만 조금 더 미래에 대한 고민만 보장할 뿐 담론을 미루는 안락한 또 하나의 학교가 될 뿐이다.
어떤 인물에게 휘둘려서가 아니라 마지막 휴가에서의 완전한 경험으로 모두를 말릴 만한 선택에 확신을 불어넣는 그의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또 다른 인물인 두 명의 아웃사이더들은 시카고의 증권맨처럼 보이고 맥주를 마시려다 여성을 만난다.
학교에서는 패배자로 낙인찍히고 컴퓨터 게임만 하면서 대학에서의 환골탈태만 꿈꾸던 대학 너머 세상을 겪게 된다.
불특정 인물을 사칭했지만 값진 경험을 한 것이다.
첫 경험을 하고 사랑이라는 것을 경험하는 그들은 한 단계 성장한다.
어떻게 보면 참 운이 좋은 거지.
마지막 순서가 정말 아쉬운 <라스트 썸머>는 마지막 마무리가 정말 오래됐다.
새로운 경험으로 여겼던 인턴은 온데간데 없고, 에린은 운명적으로 만난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 결국 바람맞는다.
피비와 그리핀은 결국 영화제에서 만나 수상을 축고 이후 그리핀이 기숙학교로 가기 전처럼 롤러스케이트장에서 손을 잡고 끝나지만 그게 전부다.
영화 도입부에 나열된 새로운 경험 성장 등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면 맥이 빠질 때도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등장인물의 절반이 성장과 경험을 통해 앞으로 나아갔다는 점일까. 영화 마지막에 김이 새어나와 KJ 아파의 비주얼과 좀 신선했던 스코어보드 속의 피크닉 외에는 기억에 남는 게 없어 휘발된다.
전개 순서를 바꿔 마지막에 아웃사이더들과 오드리의 이야기를 배치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